끝없이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에 하루하루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까.
전국적인 코로나19 2차 유행 속에 부산에서도 거의 매일 새로운 확진자가 추가되고 있습니다.
의료진과 보건인력들은 나날이 지쳐가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고통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올여름 유례없이 길었던 장마에, 태풍 ‘마이삭’까지 부산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시민 여러분의 시름이 더욱 깊어졌을 줄 압니다. 참으로 어려운 시절입니다.
그러나 시민 여러분, 우리가 언제 탄탄대로를 달려온 적이 있습니까. 되돌아보면 우리는
늘 시련에 맞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그러했지만 부산의 역사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6.25때는 전국의 피란민을 보듬으며 국가재건의 불씨를 살린 도시가 부산입니다.
뜨거운 민주화의 과정, IMF를 비롯한 경제위기, 그 모든 역경을 앞장서서 부딪쳐온 도시가 부산입니다.
‘부산사람’이라는 우리의 자부심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런 부산이라면
지금의 역경도 우리가 먼저 이겨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부산이 먼저 코로나19 2차 유행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전체로 희망을 전파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코로나19는 지금껏 우리가 겪어왔던 시련 중 가장 위력적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미래를 위협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를 분열시키는 힘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고난과 시련 앞에서 분열하는 것은 함께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느 때 보다 굳세게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서로를 원망하거나 질책하지 말고, 따뜻하게 격려하고 위로합시다.
사회적 거리를 지키되 마음의 거리를 좁혀 서로를 보듬어 줍시다.
최근 부산에서도 거의 매일 코로나와 관련한 새로운 지침과 행정명령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강력한 규제와 공권력이 아니라 강력한 공동체 정신입니다.
벌금이나 제재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라 나로 인해 내 가족, 내 이웃, 우리 부산이 더 힘들어질까,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입니다.
며칠 전 부산진구의 한 교회에 이런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교회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그 문구를 보고 많은 시민들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예배를 목숨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독교의 가치를 모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온라인 예배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기독교의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는 또 하나의 길임을 그 교회 목회자님과 성도들께서는 이미 알고,
실천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부산지역 모든 교회에 온라인 예배 시행이 결정된 이후 일부 교회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교회가 기꺼이
비대면 예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불교와 원불교는 정기법회를 자발적으로 중단했고, 천주교는
미사 인원 제한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는 그 날이 오면,
지금 이 시기 종교계가 보여주신 희생을 시민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산시내 스물여덟 곳 민간의료기관에서는 의료진들이 온몸이 땀에 젖은 채
코로나19와의 사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분들을 그 자리에 있게 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입니다.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8월 27일부터 사실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방역조치에 들어갔거나 검토 중인 지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산 역시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 개월간 코로나를 겪으며
가장 강력한 백신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아냈습니다.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를 비롯한
생활 방역이 지금으로서는 코로나를 물리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코로나19를 장악하고 조절한다는 마음으로,
생활 방역을 일상화해주시기를 거듭 당부드립니다.
모든 시민이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마음의 손을 잡는다면 부산 전체에 커다란 방어막이
둘러쳐질 것입니다. 시민의 힘으로 고난을 극복하는 또 한 번의 전례를 우리 부산이 보여줍시다.
힘껏 단결하고 최선을 다해 동참합시다. 위대한 부산의 성숙한 시민 의식이 가장 큰 희망입니다.